“실험적 변화를 수용하고 응원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개혁과 혁신이 여전히 시대적 화두다. 대통령은 연일 노동·공공·교육·금융 등 4대 개혁을 강조하면서, 당장의 고통이 두려워 개혁을 뒤로 미루거나 적당히 봉합하고 넘어가면 후손은 10배, 100배의 고통을 겪게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개혁은 힘들다. 개혁을 위해서는 새로운 시스템을 향해 변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 진통이 따르고 기득권의 반발도 거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이 개혁을 외치게 만든다. ‘이대로 가다가는 미래가 없다’는 현실적 인식을 공유하면서 알을 깨는 고통을 감내할 수 있어야 개혁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개혁을 해야 하는가. 함께 가는 개혁, 더불어 살아가는 개혁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가. 개혁은 작은 변화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작은 변화가 모여 큰 개혁의 그림이 완성되는 것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박함으로 작은 것에서부터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어야 한다. 양복만 입던 사람이 한복으로 완전히 바꾸어 입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복 입는 방법도 모르고 한복 입은 모습도 어색하다. 그래서 포기해 버린다. 양복에서 한복으로의 변화와 개혁은 그렇게 결국 실패라는 이름으로 끝나버린다. 양말을 버선으로 바꾸는 노력에서부터 개혁은 시작되어야 한다. 새로운 실험적 변화에서 개혁은 시작되어야 한다. 작은 변화에서 시작해 완성체로 진화되는 것이 개혁일 것이다.

최근에 와서 새로운 기업조직이 실험되고 있다. 옐로모바일이라는 회사다. 창업한 지 3년 만에 70개가 넘는 스타트업 회사(신생창업기업)를 인수해 일종의 기업연합의 형태로 운영된다. 이 회사는 사내에 70여명의 사장이 존재한다. 70여개 각사의 CEO들이 주주이면서 동시에 경영자로서 공동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협업을 하는 실험적 모델로 운영되고 있다. 사내 개별기업이 가진 고객 네트워크를 통합해 공동마케팅과 광고를 강화하고 견고한 고객 플랫폼을 형성해 빠른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아직 상장은 하지 않았으나, 회사 가치가 1조원 이상으로 평가를 받고 있고 1천억원이 넘는 벤처투자도 유치했다.

개혁은 다름을 인정하고 응원하는 문화에서 자란다. 옐로모바일의 실험은 진행 중이지만, 이 회사는 한국의 전통적인 가족기업과는 매우 다른 지배구조와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다. 네트워크의 구축과 운영이 이 회사의 핵심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경영이 분권화돼 있고, 본사의 기능은 전략·재무·윤리경영 등으로 최소화돼 있다. 이러한 실험적 기업모델이 우리 지역에서도 가능할까. 관습적으로 이어져오는 조직형태와 문화에서 과감하게 탈피한 새로운 조직형태와 문화를 갖춘 기업의 탄생과 성장을 우리 지역에서는 과연 어떠한 눈으로 지켜볼까.

개혁은 발상의 전환을 필요로 한다. 개혁은 기존의 것을 바꾸는 것이다. 따라서 개혁은 기존의 발상으로는 완성될 수 없다. 새로운 발상의 전환이 전제되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기업이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자체 핵심 역량을 보유하는 것이 필요충분조건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변하는 환경 가운데서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작은 것이 모여 시너지 효과를 발생하는 생태계적 관점이 필요하다. 네트워크 역량이 핵심역량으로 자리 잡아야 하는 것이다. 기업이 속한 생태계를 강건하게 유지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를 수용하지 않는 사회, 새로운 실험적 변화를 발목 잡는 사회적 문화 속에서는 결코 새로운 기업의 등장을 기대할 수 없다. 개혁이 설 자리는 없다.

글을 마치면서 다시 한번 질문하고 싶다. “우리 지역은 실험적 변화를 수용하고 응원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장기진 <주>애플애드벤처 대표

원문보기 : http://www.yeongnam.com/mnews/newsview.do?mode=newsView&newskey=20150811.01030081948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