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쭈물 고민만 하다
행동하지 못한 채 산
실수투성이의 삶이
되풀이 안되게 해야
청년창업지원도 마찬가지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어!”

영국의 극작가 겸 소설가인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다. 그는 인생의 마지막 순간 자신의 묘지에 이런 글을 남겼다. 아마 행동하지 못한 채 우물쭈물 살아온, 실수투성이의 자기 삶을 탄식하면서 뒤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그런 탄식이 없기를 바랐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살면서 여전히 비슷한 실수를 되풀이하고 이같이 탄식한다.

하인리히의 법칙이 있다. 산업재해를 연구한 미국의 학자 하인리히의 이름을 붙인 이 이론은 한 번의 대형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이미 그 전에 유사한 29번의 작은 사고들이 있었고, 그 이면에는 300번의 이상 징후가 감지됐다는 것이다. 사소한 이상징후와 실수가 치명적인 위기상황을 초래함을 경고한다. 버나드 쇼와 하인리히는 우리에게 말한다. 똑같은 실수가 되풀이되면 개인에게는 비통과 탄식을, 사회적으로는 재앙이라고 불리는 대형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을 말이다. 그러면서 실수에서 교훈을 얻어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함을 상기시킨다.

얼마 전 대구시의 청년창업 지원사업의 문제를 보도한 기사가 있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지난 4년동안 청년창업 지원사업의 혜택을 입은 업체의 폐업률이 절반에 육박하고, 영업중인 업체의 상당수도 개점 휴업상태라는 충격적 내용이다. 그 이유가 더 가관이다. 전문 브로커들이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유령회사를 만들어 리베이트를 챙기고 일부 청년창업자가 지원금만 챙기고 회사문을 닫아 버리는 ‘못된 짓’을 일삼았기 때문이란다. 공공연한 비밀로 되풀이된 이런 못된 짓이 어떻게 계속될 수 있었을까? 청년창업 지원사업을 운영하는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DIP)의 입장도 난처할 터다. DIP의 입장을 밝힌 멘트도 있다.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실질적 창업이 이뤄졌는지에 대해 미처 알아보지 못했다. 앞으로는 검증을 철저히 하겠다”는 것이다. 청년창업을 앞서 해왔던 기업가의 한 사람으로서 제발 똑같은 실수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청년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이런 정책적 실수가 되풀이되면 ‘창조경제 수도 대구’의 염원마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작은 실수가 모여 대형사고가 온다는 경고를 무시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위험을 통제하기 위한 전략을 찾아야 한다. 위험통제전략에는 내재화 전략과 외재화 전략이 있다. 내재화 전략은 누구 탓인지 희생양을 찾는 노력에 집중하게 된다. 담당자를 찾아 사표를 받고 실무자를 처벌하는 식이다. 문제가 밖으로 드러나지 않게 안에서 덮어버리는 것이다. 시스템의 변화는 요원하다. 외재화 전략은 문제를 외부에 명백히 드러낸다. 그래서 외부전문가까지 참여시켜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그에 걸맞게 조직의 전략과 체질까지 바꾸는 것이다.

청년창업을 활성화하고 창조경제수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와 유사한 정책적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외재화 전략을 채택해야 할 것이다. 문제를 밖으로 드러내고 함께 머리를 맞대는 것이 필요하다. 오픈하는 것이다. 우선 우리 지역 청년창업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실상을 파악하고 현재 운영중인 업체는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 웹이나 앱을 통해 보여줄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DB)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 그래서 효율적이고 고도화된 창년 창업 지원이 이뤄지는 특화된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사람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라고 현실적 문제에 갇혀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압박이 아닌, 함께 머리를 맞대는 실질적 지원을 기대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또다시 이런 탄식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어!”

장기진 <주>애플애드벤처 대표
원문보기 : http://www.yeongnam.com/mnews/newsview.do?mode=newsView&newskey=20141125.010300817220001